태양이 이글거리는 여름 한 낮이었습니다.
사막처럼 뜨거운 운동장에서 학생들의 체육 시험으로 오래달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.
응원석에선 학생들의 함성이 들려왔습니다.
"잘한다, 잘한다. 우우----."
"힘내, 끝까지 달려!"
출발은 다들 좋았습니다.
한 바퀴를 다 돌 즈음 일등과 꼴찌의 사이가 결코 좁힐 수 없을 만큼 벌어졌습니다.
선두를 달리는 학생은 마치 증기기관차처럼 지칠 줄을 몰랐습니다.
반면에 아무리 힘껏 달려도 느릿느릿 걷다시피 한 꼴찌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습니다.
비 오듯 흐르는 땀, 턱 까지 차오르는 숨.
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습니다.
하지만 체육 실기점수에 반영되는 오래달리기를 포기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.
그때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왔습니다.
"힘내라, 포기는 안돼. 끝까지 달리기만 해도 기본점수는 줄 테니까."
남은 거리는 한 바퀴 반. 꼴찌의 유일한 목표는 완주였습니다.
선두를 달리던 학생은 속력을 내더니 자랑스런 포즈를 취하며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.
선두가 들어온 뒤에도 꼴찌는 한 바퀴를 더 돌아야 했습니다.
그런데 바로 그 때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꼴찌 엍으로 한 학생이 다가갔습니다.
그리고 색종이처럼 붉어진 얼굴로 고통스럽게 달리는 꼴찌의 팔을 잡아 주었습니다.
꼴찌를 격려하는 그 친구는 놀랍게도 전국대회에서 입상까지 했던 학교 대표 육상선수였습니다.
"이제 다 왔어. 조금만 힘 내!"
그는 결승점까지 꼴찌와 함께 달린 뒤 핀구를 먼저 들여보내고 스스로 꼴찌가 됐습니다.
그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이라곤 오로지 체육밖에 없는데도 말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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